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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중심단기치료의 선구자-드세이저와 버그에 대하여

by choroc-mari 2025. 5. 1.

드세이저와 버그

스티브 드 세이저(Steve de Shazer)와 인수 킴 버그(Insoo Kim Berg):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선구자들

스티브 드 세이저(Steve de Shazer, 1940–2005)와 인수 킴 버그(Insoo Kim Berg, 1934–2007)는 심리치료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인물들이다. 이들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위치한 브리프 패밀리 세라피 센터(Brief Family Therapy Center, BFTC)를 설립하고, 기존의 병리 중심 치료모델을 탈피하여 **해결중심 단기치료(Solution-Focused Brief Therapy, SFBT)**라는 혁신적인 접근을 창안하였다. 이들은 '문제'보다 '해결', '병리'보다 '자원', '분석'보다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치료에서의 관계성과 실용성을 강조하였다.


이론적 배경과 철학

드 세이저와 버그는 기존의 정신역동적 모델이나 인지행동치료 모델처럼 문제의 원인과 과거를 탐색하기보다는, **내담자가 원하는 미래와 이미 효과적으로 기능했던 경험(예외 상황)**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사회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진실이나 현실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철학은 치료에서 내담자를 ‘문제의 대상’이 아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율적인 존재’로 보게 만들었다.

해결중심 치료의 가장 큰 철학적 전제 중 하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무언가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내담자가 이전에 문제를 극복하거나 문제 없이 잘 지냈던 시기의 경험(예외 상황)을 찾아내고 확대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드 세이저와 버그는 문제를 상세히 이해하지 않아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치료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였다.


주요 개념과 치료기법

SFBT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미래지향성(Future Orientation)
    치료는 과거가 아닌 내담자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그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2. 예외 탐색(Exceptions)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상황이나 해결이 일시적으로라도 작동했던 시점의 행동이나 상황을 찾아내고 그것을 강화한다.
  3. 기적 질문(Miracle Question)
    “오늘 밤 자는 사이에 기적이 일어나 문제가 사라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내담자가 원하는 삶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4. 척도 질문(Scaling Questions)
    변화의 정도, 자신감, 동기 등을 수치화하여 인식시키고, 구체적인 다음 단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5. 강점 중심 접근(Strengths-Based)
    내담자가 가진 자원, 강점, 성공경험을 기반으로 변화를 유도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간의 치료 효과를 중시하는 다양한 환경(학교, 병원, 가족복지기관 등)에서 널리 활용되며, 특히 짧은 시간 내에 내담자의 변화 동기를 자극하고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유용하다.


두 창시자의 협력과 역할 분담

드 세이저는 철학과 예술을 전공한 후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로 전향하였고, 이론 정립과 저술 활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저서 “Patterns of Brief Family Therapy”, “Keys to Solution in Brief Therapy” 등은 해결중심 치료의 구조와 원리를 정리한 대표적인 이론서로, 전 세계 심리치료사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인수 킴 버그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내담자와의 면접을 주도하고, 구체적인 질문 기법과 상담 대화를 개발하였다. 그녀는 해결중심 치료를 보다 현장 친화적인 언어로 정리하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내담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접근을 유연하게 확장시켰다. 특히 버그는 여성과 아동, 저소득층 가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적 관점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학문적 및 실천적 공헌

드 세이저와 버그의 가장 큰 공헌은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들은 “문제를 분석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치료관을 뒤집고, 내담자가 이미 가진 해결능력과 자원에 주목함으로써 더 빠르고 효율적인 치료 접근을 제시했다. 또한 이들은 세션을 녹화하고, 반사실 기술(reflecting team)과 팀 기반의 피드백 기법을 활용하여 치료사의 지속적인 훈련과 자기성찰을 장려했다.

해결중심 치료는 이후 다양한 모델에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코칭, 학교상담, 조직개발, 정신건강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단기치료와 긍정심리학의 교차점에 위치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기술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전히 널리 연구되고 응용되는 치료기법 중 하나이다.

- 주요 저서와 이론적 기여

(1) 스티브 드 세이저의 저서와 이론 체계화

드 세이저는 해결중심 단기치료의 철학적 틀과 언어적 구조를 세밀하게 다듬은 이론가였다. 그의 대표작인 **『Keys to Solution in Brief Therapy』(1985)**에서는 SFBT의 핵심 구성 요소들을 정리하였으며, 치료의 ‘문제 해결 구조’와 대화의 형식을 세심하게 분석하였다. 그는 내담자의 언어 속에 이미 해결의 실마리가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치료사는 그 언어를 면밀히 탐색하고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드 세이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사회구성주의 이론을 심리치료에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진단 중심 모델’이 아닌 ‘대화 중심 모델’로 치료 패러다임을 확장시켰다. 이는 이후 내러티브 치료(Narrative Therapy), 협력적 대화(Cooperative Dialogue) 등의 이론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2) 인수 킴 버그의 실천적 공헌

버그는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서 해결중심 모델을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데 공헌하였다. 그녀의 저서 **『Interviewing for Solutions』(공저, 1997)**는 치료자들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뷰 기법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며, 임상 교육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은 치료 대화의 흐름을 실제 세션처럼 구성하여, 초보 상담자에게도 친숙하고 실용적으로 다가간다.

그녀는 또한 아동 및 가족상담, 학교상담, 가정폭력 및 중독 문제에 SFBT를 적용하면서, 기존의 장기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던 영역에서도 단기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특히 아동 대상의 해결중심 접근은 “아이들에게 문제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라는 철학을 실현하는 예라 할 수 있다.


- SFBT 실제 적용: 사례 및 특징

(1) 상담 세션 구성 예시

해결중심 단기치료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1. 상담 목표 설정
    치료 초반, 내담자가 원하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돕는다. (예: “불안이 사라진다면, 일상에서 어떤 일이 달라질까요?”)
  2. 기적 질문(Miracle Question)
    문제 없는 상태를 상상하게 하여, 바람직한 삶의 그림을 구체화한다.
    → 예: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띌까요?”
  3. 예외 상황 탐색
    문제가 덜하거나 없었던 과거 경험을 찾아 그때의 행동, 환경, 감정을 분석한다.
  4. 척도 질문
    현재 상태와 목표 상태를 숫자로 표현하고, 다음 한 걸음을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 예: “지금 상태가 3점이라면, 4점이 되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5. 피드백과 강화
    세션 말미에는 긍정적 변화나 자원에 대해 짧고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2) 실제 사례 요약

한 중학생 내담자가 학교 부적응과 자존감 저하로 상담을 의뢰받았다.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기적 질문을 던지고, **자신감을 가졌던 과거 경험(예외 상황)**을 탐색하였다. 그 결과,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를 강화하여 자존감 회복을 촉진시켰다. 몇 차례 세션 후, 내담자는 “적어도 친구 한 명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었다”고 말했고, 이는 척도 질문 상에서 3에서 5로의 진전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는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SFBT의 대표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 현대 심리치료에 미친 영향

드 세이저와 버그의 해결중심 단기치료는 오늘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심리치료 및 상담, 코칭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과의 접점에서, 강점 중심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모델로 평가된다.
  • 코칭(coaching), 조직 개발, 리더십 개발 등 치료 외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으며, 단기성과지향적인 문화에 잘 부합한다.
  • 디지털 치료 및 AI 기반 상담 도구에서도 SFBT의 질문 구조가 모델링되고 있다. 예: 챗봇 기반의 멘탈 헬스 앱에서 ‘기적 질문’이 자주 활용됨.

무엇보다도, SFBT는 비판적 사고와 심리적 유연성을 함께 요구하는 전문적 모델로, 치료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내담자의 주체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시대적 가치가 크다.


결론

스티브 드 세이저와 인수 킴 버그는 해결중심 단기치료를 통해 심리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치료에서 ‘왜’보다 ‘어떻게’에 집중함으로써, 내담자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실용적 방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들의 사상은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으며, 인간은 변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기반으로 상담과 치료의 희망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